본문 바로가기
여행

파계사 먹거리촌 - [대구]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눈 여행작가 정희

by guidefortrip 2025. 3. 13.
반응형
파계사 먹거리촌,파계사 먹거리촌 (대구)

파르곤산으로 출발한 버스는 견루와의 결투로 왕건의 군대가 철저히 패한 것으로 붙여진 파군재 삼차로를 통과한다. 팔공산 초입인 이곳에 도착하면 신숭겸 장군의 동상이 위풍 당당히 오가는 사람들을 내려다보고 있다. 검과 창이 들어가 하늘을 덮은 화살이 쏟아지는 격전의 순간. 곧 사라지는 촛불처럼 위험한 생명의 왕건과 그를 보호하기 위해 옷을 바꾸고 입고 적진으로 돌진한 신숭 겸 장군의 마음은 어땠을까. 자신을 위해 생명을 던지는 장군을 본 왕건의 마음도 어땠는지 추측해 본다. 동상의 오른쪽에 마일스톤은 파군재 삼차로, 파계사, 부인사가 적혀 있다. 셀 수 없이 왜 부인사만 볼 수 없었는가. 지금까지 보고 싶은 것만 본 것 같다.

 

도착한 부인사는 비를 듬뿍 담은 하늘 그리고 쌀쌀한 바람에 환영한다. 우선 부현과 첫 만남을 가진다. 탑 모양의 부도는 승려의 샐리를 모시는 곳으로 돌 구조체 방식이다. 불이라고 말하면서 부도를 몰랐기 때문에 바람 속에서도 얼굴이 뜨거워진다. 제일 놀란 것은, 여기에서 팔만 사천 법문이 담긴 초조 대장경을 판각해 보관까지 한 곳이었다니! 팔만 대장경으로 잘 알려진 해인사의 명성을 떠올리면 가슴 가운데 한쪽이 짠맛이 아쉽다. 신라시대 스님 2천명이 수도한 사원의 모습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다. 국력은 물론 초인적인 힘을 흘리지 않으면 완성할 수 있는 초조대장경은 인쇄책조차 없다. "지금은 남아 있지 않다고 조상들의 정신까지 잊혀져 두는 것이 맞을까". 봄비가 부후를 적시고, 또 올해의 날을 약속해 발을 디딘다. 첫 탐방의 여운이 가지 않을 무렵에 배가 비었다. 모두 정자에 둘러싸여 점심을 먹었다. 주지사 축제를 먹으면서 빠듯했지만 도시락 음식을 밀어 넣었다. “여행 작가는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아야 합니다.” 오늘 함께 받은 박광헌 강사님의 말씀이 귀에 찔렸다. 그랬다. 지금까지 보이는 것, 보고 싶은 것만 보았다. 말 없이 도시락을 깨끗이 비웠다. 서문 시장으로가는 길. 복잡한 마음에 창밖을 바라본다. 현재 그대로 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차이. 혼란스러운 소용돌이 속에도 봄비는 부슬부슬 내린다. 버스는 어느새 미끄러지게 멈춘다. 전국 규모의 재래시장인 서문시장에 도착. 이름의 유래도 오늘까지 제대로 듣는다. 읍성의 서문 밖에 위치해 서문시장이라는 설명에 말할 필요도 없이 목만 끄덕인다. 이 일대는 본래 대구읍 성터였다고 한다. 1888년 대구를 방문한 프랑스 지리학자 샤를바라가 중국 베이징성과 비교할 정도로 아름다움을 칭찬했지만, 일제강점기 대구관찰사 친일파 박준양이 먼저 해체한 사실을 들었을 때 그 기분이란. 쌀쌀한 바람에도 추위가 있었다. 빛나는 읍성은 무너져 동성로, 남성로, 북성로로 나뉘었다. 기타조로 공구 골목에 남아 있는 일제식 건물 적산 가옥은 과거와 현재를 담는다. 길 아래에 시선을 떨어뜨리면 대구읍성의 성벽이 있던 장소를 화강암 돌로 이미지한 성곽거리의 저석이 보인다. 현란한 역사와 비애를 보고, 오늘의 나는 역사를 보는 눈을 어떻게 만들어 가야 할지 생각에 잠긴다. 그래서 대구읍 성의 경험은 다른 버킷리스트를 만듭니다.

 

반응형